사랑하는 것들과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한 나의 준비
A well-worn losange, quietly mended and ready for a few more years.

사용한 지 꽤 오래된 로장지 하나가 있다.
에르메스의 다이아몬드 형태 스카프, Washington’s Carriage. 캐시미어와 실크가 섞인 가벼운 로장지는 부드럽게 늘어지며 목 주변에 자연스럽게 감긴다. 두껍지 않지만 포근하고, 어떤 옷 위에 두르든 과하지 않게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다른 스카프보다 훨씬 자주 손이 갔다.
이 로장지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로장지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양 끝의 직조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변화지만, 시간이 지나면 끝자락의 올이 하나둘 느슨해진다. 그만큼 자주 사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은 이렇게 되기 전에 손을 봤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이사를 비롯해 여러 일이 겹치면서 계속 미루게 되었고, 결국 끝자락이 완전히 풀어지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몇일 전, 큰 마음을 먹고 직접 손을 보았다.


풀린 올을 하나씩 정리하고, 직조의 흐름을 따라 다시 고정시키는 작업이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실의 결을 따라가며 조금씩 정리하다 보니 어느 순간 로장지는 다시 단정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완전히 새것처럼 되지는 않았지만, 원래의 형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앞으로 몇 년은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로장지는 특히 오래된 나의 캐시미어 가디건과 잘 어울린다.
새로운 옷과 함께할 때보다, 오래 입어 온 옷들과 함께할 때 더 자연스럽다. 서로 다른 시간들이 조용히 겹쳐지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이 로장지도 결국 수명을 다하게 되겠지만, 그 날이 최대한 천천히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손에 익은 물건이 오래 곁에 머무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