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ashed carré brings a velvet warmth to a cold spring morning.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스카프 포맷인 까레90, 까레70, 까레45, 그리고 트윌리86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형식이다. 이러한 기본 포맷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에르메스는 그 안에서 재질, 디자인, 프린팅 방식, 염색 기법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워시 까레(Wash Carré)는 에르메스 스카프 역사에서 꽤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이름 그대로 실크를 한 번 ‘워싱’한 듯한 질감과 색감을 지닌 까레로, 일반 실크 까레와는 전혀 다른 촉감을 가진다. 워시 까레는 견사를 둘러싸고 있는 천연 코팅 성분인 세리신(sericin)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표면 질감이 일반 실크보다 훨씬 부드럽고 매트하다. 그래서 손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은 오히려 실크보다는 벨벳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특징 덕분에 워시 까레는 실크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부담스러운 계절에 특히 사랑받기도 했다. 봄과 초가을처럼 공기가 아직 서늘할 때에는 일반 실크 까레보다 더 포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시 까레는 일반 실크 까레와는 분명히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워싱 과정을 거친 원단의 특성상 프린트가 또렷하게 표현되기 어렵고, 라벨 역시 일반 실크 까레와 구별되는 형태로 부착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워시 까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간혹 ‘가품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색감이다. 워시 까레는 대부분의 컬러에 특유의 청록빛이 은은하게 더해지는 색감을 가지고 있다. 이 미묘한 색 변화는 일반 실크 까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워시 까레만의 매력이다. 관리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워싱된 질감 때문에 관리가 좋지 않을 경우 사용감이 쉽게 드러나 보일 수 있어 이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시 까레 특유의 질감을 좋아해 워시 까레만을 꾸준히 찾는 애호가들도 적지 않았다.
내 경우에는 피부톤이 여름 쿨톤이라 노란색이 많이 들어간 까레가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워시 까레의 경우에는 옐로우 컬러 위에 더해지는 특유의 청록빛 덕분에 오히려 내 피부톤과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세 장의 워시 까레는 모두 옐로우나 크림 컬러 계열이다.
요즘처럼 봄이라고 해도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남아 있고,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지는 날에는 캐시미어 로장지도 좋지만 밝은 컬러의 워시 까레 역시 꽤 강한 유혹이 된다.


오늘 내가 두른 까레는 옥타브 마살(Octave Marsal)의 ‘포부르 트로피컬(Faubourg Tropical)’ 워시 까레이다. 좀 더 밝은 컬러의 워시 까레도 좋겠지만, 오늘 입은 어두운 그레이 컬러의 코트를 고려하면 그레이 톤이 많이 들어간 이 디자인이 훨씬 자연스럽다. 한편, 벨벳에 가까운 워시 까레의 촉감을 생각하면 스카프 링 역시 메탈보다는 호른(Horn) 소재가 더 잘 어울린다. 따뜻한 질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된 오늘의 OOTD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충분히 포근한 스타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