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까레들은 오래오래 함께한 여러 친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까레 마그넷이다. 적당한 것을 찾다가 결국 내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게 된 이것은 중요한 외출일수록, 의미 있는 시간일수록 중요해졌다. 까레를 하루 종일 착용할 때도 있지만 아주 잠시 의미 있게 착용할 때도 많다. 고가의 스카프이다 보니, 음식을 먹을 때나 어디에 기대어 살짝 쉴 때 까레를 잠시 고정시켰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마그넷은 아주 유용했다.
다양한 쓰임 중에서도 가장 유용한 점은 실크 까레를 꽉 묶지 않아도 잘 고정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꽉 묶으면 매듭을 묶은 부분에 심하게 주름이 가기도 하고, 밝은 까레의 경우에는 손 닿은 부분에 얼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마그넷을 잘 사용하면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듭을 묶기 어려운 작은 스카프도 이것만 있으면 셔츠나 블라우스 안에 편하게 두를 수 있다.
전문 블로거는 아니지만, 까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소통할 수 있는 게 좋아서 까레 이야기만 올리며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 수 년 간, 블로그를 통해 좋은 분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그 분들로부터 인생의 많은 것들을 배우고 감사하며 지냈다. 어떤 날에는 어떤 친구보다도 가장 많이 소통하기도 하고, 비슷한 연령이다보니 자식 키우는 이야기부터 쇼핑 이야기까지 할 때도 있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누는 짤막한 안부와 대화는 일상을 풍요롭게 해줬다. 24시간 중에서 드문드문 반짝이는 순간이랄까. 나이 들면 친구가 최고라는데, 블로그 이곳 저곳에 달리는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관계의 친구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쓰는 모든 글에 ‘공감’을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분도 있지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가만히 눈팅만 하다가 나의 속상한 이야기에 위로와 응원의 댓글로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분들도 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그분들은 이제 내 일상에서 소중한 분들이 되었다.
작년 초, 그 블로그 친구들(?)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없을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 의미 있고 좋은 걸 선물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낸 것이 ‘까레 마그넷’이었다. 노안이 심해져서 예전만큼 빨리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쉬엄쉬엄 천천히 만들면 원하는 분들에게는 모두 만들어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음같아서는 무료로 나눠드리면 좋겠지만, 아무리 남은 가죽이라도 용도에 맞게 전처리를 하는 건 성수동에 맡겨야 할테니, 외주 비용과 운송료, 재료비 정도만 받고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작스런 도서 집필 건으로 바빠지면서 작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모니터 앞에 앉아 타이핑 작업을 하다 보니, 돋보기를 껴도 시력이 회복되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방법을 찾을 시간도 없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도 없었다. 무책임하게 지내자니 마음이 점점 불편해졌다. 일 년이 지나 집필했던 책이 출간되고, 그제서야 다시 만들기 시작한 까레 마그넷.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을까봐 짬이 날 때마다 만들어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을 만들어 판매해 본 게 너무 오래 전이라 ‘마그넷 만들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서툴렀다. 게다가 너무 오래 전에 주문을 받은 것이다 보니 그 분들의 구매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매의사를 묻고 진행하다보니 대기도 점점 길어졌다. 대책 없이 시작된 나의 선의가 초래한 일은 우여곡절 끝에 해결되는 중이다. 남은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부디 순조롭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