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arré that adapts — not just to color, but to time.
델라 카발레리아 파볼로사(Della Cavalleria Favolosa)는 뷔르지니 자멩(Virginie Jamin)이 디자인한 대표적인 까레 중 하나이다. 이 까레는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도 높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컬러 배색으로 여러 차례 출시와 리이슈를 반복해온 점이 인상적이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까레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언제나 파르마(parma) 배색이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코럴이 포함된 베이지/블루 배색도 코럴 부분을 접어 자연스럽게 감추면, 전체적으로는 훨씬 차분한 톤으로 정리되된다. 특히, 내 얼굴 아래에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카멜 컬러의 아우터에 은근하면서도 뚜렷한 생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카멜 컬러의 옷을 훨씬 더 잘 살려준다.
보통 까레가 출시되면 웜톤과 쿨톤에 맞는 배색이 비교적 분명하게 나뉘는 편이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중심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Della Cavalleria Favolosa는 웃픈 에피소드와 함께 이 컬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까래 배색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이제 이 까레는 더 이상 ‘애증의 까레’가 아닐 것 같다. 내가 아는 이런 구도의 에르메스 까레는 몇 가지 배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컬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접고 어떤 부분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까레는 단순히 “어울리는 색”을 찾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까레이다. 예전에 쿨톤을 가진 사람에게도 시간이 흐르면 점점 웜톤이 잘 어울리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요즘 들어서는 조금씩 실감하게 된다. 피부톤도, 취향도, 그리고 색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애니마폴리스도 굳이 블루를 찾지 않아도, 오크레로 충분하지 않을까.
색은 변하지 않지만, 그 색을 받아들이는 나는 계속 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