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S - Outfit

Outfit. 계절을 입는다는 것 – 눈이라도 시원하게

올해 8월은 유난히도 덥다.
‘대프리카’에서 나고 자랐으니
더위에는 제법 자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해가 갈수록
여름을 버티는 일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나이 때문인지
자잘한 피부 트러블에 햇빛 알레르기까지 더해져
여름이 한층 버겁게 느껴진다.

피부톤만 조금 정돈되어도 한결 나을 텐데,
흘러내리는 땀은
애써 감춰둔 주름까지 성실하게 드러내 준다.

그런 점에서, 여름 햇살은
슬플 정도로 참 솔직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여름에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레 옷차림도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에는 디자인을 먼저 봤다면,
이제는 얼마나 가볍고 시원한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사람들은 플리츠 열풍이 지나갔다고들 하지만,
내게는 오히려 이제부터가 전성기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무줄 허리와 주름 원단이 주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있던 플리츠도, 없던 플리츠도 모두 필요한 계절.

오늘도 옷만큼은 시각적으로라도
‘조금 덜 더워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여름의 단골손님들을
모두 데리고 나왔다.

바삭한 질감의 라피아 모자는
강한 햇살을 조금은 부드럽게 걸러주고,
라피아 가방은 보기만 해도,
바람이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을 만든다.
가죽보다 이런 소재가 주는 가벼움이 참 좋다.
계절을 손에 들고 다니는 느낌이랄까.

목에는 화장 대신 힘줄만한
실버 샹달도 백만년만에 더했다.
땀 때문에 이것저것 겹쳐 착용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실버 특유의 차가운 광택은
햇빛 아래에서도
과하지 않고 깨끗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화장을 덜 하는 대신
힘있는 액세서리 하나가
얼굴을 조금 더 환하게 보이게 해주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결국 여름의 OOTD는
멋을 내기 위한 옷차림이라기보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견디기 위한
작은 궁리인지도 모르겠다.

시원한 소재를 고르고,
햇살을 막아 줄 모자를 쓰고,
계절을 닮은 가방을 들고,
반짝이는 실버 한 점을 더하는 것.

폭염은 어쩔 수 없지만,
오늘 하루의 기분만큼은
내가 입은 옷으로 조금은 시원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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