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이웃사촌.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반갑지만,
이웃이라는 인연에는
오랜 친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멀리 약속을 잡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금세 만날 수 있고,
서로의 계절과 일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나눌 수 있다는 것.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문득 안부를 묻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자연스레
한 사람 몫을 더 떠올리게 되는 사이.
오늘은 그런 그녀와 오랜만에 마주하는 날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잘 지내보자는 마음을 담아,
나이 조금 더 많은 언니는 아침부터 손을 좀 놀렸다.
손수 만든 에그슬럿을 하나를 흐트러지지 않게
제법 예쁘게 포장해서 들고 나갔다.
무더운 여름방학,
어린 두 딸과 온종일 부대끼며 지낼 그녀에게
맛있는 간식은 꽤 괜찮은 위로가 되어줄 것 같아서.
거창한 선물은 아니어도
잠시 손을 놓고 앉아 맛있는 것을 먹는 그 시간이,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한여름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으면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
카톡 한 통이 도착했다.
에그슬럿을 맛있게 잘 먹었다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개학하기 전에 자기도 꼭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이야기였다.
별것 아닌 그 몇 마디가 참 따뜻했다.
내가 만들어 건넨 작은 음식 하나가
그 집의 식탁에 잠시 머물고,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는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도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말까지.
어쩌면 정이라는 것은
이렇게 오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조금 수고한 마음이
다른 사람의 하루에 닿고,
그 마음이 다시 작은 기쁨이 되어
돌아오는 것.
그 짧은 카톡을 읽으며 문득,
우리의 사이가 전보다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만나야만 친한 것도 아니고,
오래 알고 지냈다고
저절로 깊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일상 한 귀퉁이를 조금씩 내어주고,
사소한 것을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는 동안
관계에도 차곡차곡
시간이 쌓이는 것이겠지.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이제는 제법 옛말이 되었다고 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도시의 반대편까지 기꺼이 달려가는 시대니까.
그런데 사람이 오래되어 그런가.
나는 여전히 이 말이 좋다.
가까운 곳에 반가운 사람이 산다는 것.
길을 오가다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게 손을 흔들 수 있고,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을 곁에서 바라보며,
서로의 사소한 일상을 조금씩 알고 지내는 것.
생각해 보면
그것도 참 귀한 인연이다.
그래서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조금은 옛날 사람처럼
이웃사촌으로 오손도손 잘 지내보기로 했다.
맛있는 것이 생기면 조금 나누고,
가끔은 별일 없이 만나 수다를 떨고,
아이들이 자라는 계절도 함께 바라보면서.
오늘 내가 건넨 에그슬럿 몇 개처럼,
크지 않은 마음들을
서로의 일상에 하나씩 건네면서 말이다.
오래된 친구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가까이 있어서 더 따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더 깊어지는 사이.
그렇게 니의 이웃사촌 생활도
한 겹 더 다정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