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을 한 권 샀습니다. 『박완서의 낱말들』.
그런데 책만 산 건 아니고요. 책을 세워놓을 작은 받침도 하나 사고,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을 때 쓸 조그만 불빛도 하나 샀습니다. 계산을 마친 뒤, 안쪽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산 것들을 테이블 위에 하나씩 꺼내놓았습니다.
책 한 권, 책을 받치는 것 하나, 책을 밝히는 것 하나.
가만히 보고 있으니 조금 웃겼습니다.
‘책을 읽겠다고, 책 말고도 필요한 것이 참 많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원래 좀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것만 좋아하는 것으로 잘 끝나지 않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전시장이 좋아졌고, 글을 쓰다 보니 종이와 펜이 좋아졌고,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애정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좋아한다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둘러싼 사소한 것들까지 조금씩 좋아하게 되는 것.
오늘 고른 『박완서의 낱말들』도 그랬습니다. 오종 작가의 개인전 타이틀 <가라 앉음, 앉음>을 본 이후로, 요즘 저는 ‘낱말’이라는 것에 자꾸 마음이 갑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떤 단어를 골라 붙이느냐에 따라, 단어 사이에 띄움을 두느냐에 따라, 그것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남을 때가 있잖아요.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명할 때도 그렇고, 글을 쓸 때도 그렇습니다.
머릿속에는 분명히 있는데 도무지 말로 나오지 않던 생각이, 정확한 단어 하나를 만나는 순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구나.’
그럴 때가 저는 참 좋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박완서의 글에서 낱말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렸다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들고 조금 더 걷다가 휴대용 북레스트를 발견했습니다. 이것도 하나.
조금 뒤에는 작은 리딩 라이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것도 하나.


그렇게 오늘의 쇼핑이 끝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셋 다
대단한 물건은 아닙니다.
가방 한쪽에 책 한 권 넣고, 그 옆에 작은 받침 하나 넣고, 밤을 위해 조그만 불빛 하나 챙기는 정도. |
그런데 그런 것들이 있으면 어쩐지 책을 한 번이라도 더 펼쳐볼 것 같습니다.
카페에서도 읽고, 기차에서도 읽고, 여행지의 작은 방에서도 읽고. 꼭 오래 읽을 필요도 없겠지요. 두어 페이지 읽다가 덮어도 좋고,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고 끝나도 좋고요.
중요한 건 어쩌면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내 생활 안에 조금씩 만들어두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늘 집으로 가져온 것은 그저 단순한 세 가지 물건이 아니라,
조금 더 자주 책을 펼치게 해줄 작은 환경 하나.
오늘은 그걸 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