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xitwilly that transforms dusty blues into something quietly elegant.

캐시미어 로장지만큼이나 이 시기에 자주 손이 가는 에르메스 스카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맥시 트윌리 슬림(Maxitwilly Slim)이다. 로장지가 넓게 흐르는 스카프라면, 맥시 트윌리는 길고 슬림한 형태 덕분에 훨씬 가볍고 간결한 인상을 만든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시기, 두툼한 스카프가 부담스러울 때 특히 활용도가 높다.
그중에서도 내가 자주 사용하는 디자인은 Della Cavalleria다. 이 패턴은 에르메스 특유의 승마 모티프가 담긴 디자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크림색과 블루의 조합이 매우 인상적이다. 밝은 크림 컬러 위에 얹힌 블루의 대비는 단정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색 조합은 생각보다 다루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스카프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상의와 매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컬러 자체가 강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잘못 조합하면 스카프만 따로 떠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 적절한 배합을 찾고 나면, 이 스타일을 대신할 다른 조합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룩이 완성된다.
내 경험으로는 이 맥시 트윌리는 특히 톤다운된 더스티 블루(dusty blue)나 그레이시 블루(greyish blue) 계열의 상의와 잘 어울린다. 흔히 이런 색의 옷은 얼굴에 그늘을 만들기 쉬워서 선택하기 망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Della Cavalleria의 크림과 블루 패턴이 더해지면 전체적인 색 균형이 살아나면서 오히려 훨씬 세련된 분위기를 만든다.
이처럼 독특한 색을 살려주는 스카프는 스타일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포인트 아이템이 된다. 흔하지 않은 색의 조합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상적인 룩으로 남게 된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혈색이 줄어들기도 하는데, 이 맥시 트윌리는 그런 변화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색의 대비가 얼굴 주변을 밝히면서 전체적인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울 속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그 색의 균형이 은근히 즐거운 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매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노팅 방식도 중요하다.
루즈핏 셔츠나 여유 있는 재킷 위에서는 맥시 트윌리의 폭을 그대로 살려 묶는 것이 자연스럽다. 긴 형태와 넓은 리본이 전체 실루엣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반면 몸에 딱 맞는 니트 위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트윌리의 너비가 그대로 드러나면 시각적으로 다소 과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사진처럼 리본을 만들기 전 폭을 한 번 접어 너비를 절반 정도로 줄인 뒤 노팅하면 훨씬 균형 잡힌 느낌이 된다. 작은 차이지만, 이런 디테일이 전체 스타일의 인상을 크게 바꾸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맥시 트윌리 슬림은 단순한 스카프라기보다 색과 균형을 조정하는 작은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Della Cavalleria 역시 그런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스카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