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에르메스 까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어떤 까레는 벽에 거는 그림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카프로 두르는 용도를 넘어, 하나의 그래픽 작품처럼 공간을 채워주는 힘이 있다.
최근에는 자석을 이용한 교체형 액자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까레를 벽에 걸어두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예전에는 액자에 넣거나 따로 고정하는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비교적 간단하게 계절이나 기분에 맞춰 교체할 수 있다.
사실 나의 까레 사랑도 아주 오래전, 먼 나라의 작은 방 벽에 걸려 있던 까레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그 방은 크지 않았지만, 벽에 걸린 까레 하나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그 장면이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아마 그때부터 까레를 하나의 ‘그림’처럼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새 집으로 이사 온 뒤에는 거실 벽에 까레 두 장을 나란히 걸어 두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배치하고 나니 예전처럼 자주 교체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실의 층고가 꽤 높은 편이라 남편의 도움 없이는 액자를 내리기 어렵기도 하고, 두 장을 함께 걸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리는 한 쌍의 까레만 선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에 맞춰 까레를 바꿔 걸면 집안의 분위기가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 작은 변화지만 공간 전체가 새로워지는 느낌이 있다. 마치 벽의 색이 바뀐 것처럼 공기가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집 안의 분위기도 리프레시된다.
지난 겨울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노엘 까레와 십자별 & 수국 까레를 함께 걸어 두었다. 두 까레가 만들어내는 차분한 색감 덕분에 거실에는 마치 고요한 겨울밤 같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제 3월.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겨울 까레를 내려놓고 새로운 조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선택한 까레는 ‘까레70 <Tyger Tyger>’였다.
처음부터 벽에 걸 것을 염두에 두고 구입했던 까레이기도 하다. 까레70 전용 마운트 덕분에 까레90 액자에도 안정적으로 걸 수 있어 활용도가 꽤 높다.
문제는 <Tyger Tyger>와 함께 걸 다른 까레를 찾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패턴의 ‘까레90 <Tyger Tyger>’를 함께 걸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크기만 다른 동일한 패턴을 나란히 두는 것보다는, 같은 사이즈이지만 색이나 분위기가 다른 까레 두 장을 배치하는 편이 더 흥미로운 조합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선택한 까레가 바로 ‘<Carnaval>’이다.
처음에는 두 까레가 어울릴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란히 걸어 보니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색의 대비도 과하지 않았고, 두 디자인이 서로를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간의 균형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었다. 결국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 이 조합은 당분간 거실의 봄 풍경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