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S

봄과 겨울 사이, ‘파리의 연인들’

One scarf, two moods — somewhere between winter and spring.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의 날씨는 늘 애매하다.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바람에는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낮이 되면 햇살은 분명히 달라져 있고, 어딘가 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런 날에는 옷의 색을 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밝은 컬러를 입기에는 아직 계절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한 것 같고, 그렇다고 겨울처럼 어두운 색으로만 입기에는 낮의 공기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럴 때 내가 선택하는 것은 블랙 캐시미어 위에 이너웨어처럼 가볍게 두르는 까레는〈파리의 연인들(Les Nouveaux Amoureux de Paris)〉이다. 이 까레는 단순히 패턴이 예쁜 것을 넘어서, 두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카프다. 사선으로 접어 길게 두르면 블랙 컬러의 면적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면서 전체 스타일이 더 차분하고 안정된 인상으로 정리된다. 겨울의 무게감을 조금 더 유지하고 싶은 날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반대로 삼각으로 접어 목에 얹듯이 두르면 블랙의 비중이 줄어들고, 패턴과 컬러가 더 많이 드러난다. 이때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가볍고 부드러워지면서 봄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더해진다.

같은 까레지만 어떻게 접고, 어떻게 두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계절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인지 이 까레는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더 자주 손이 간다. 겨울과 봄 사이를 오가는 날씨처럼, 이 스카프 역시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며 균형을 잡아준다.

어쩌면 이런 애매한 계절일수록, 옷 한 벌보다 스카프 하나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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