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엄마께 접이식 지팡이 하나를 사드렸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작게 접어둘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 펼쳐 짚을 수 있는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는 어느새 꽤 오랜 시간을 엄마와 함께했다. 생각해보니 미국 여행도 그 지팡이와 함께 하셨다. 세월이 흐르면서 칠이 조금씩 벗겨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지팡이를 접었을 때 고정해 주는 밴드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다가 이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로 하나 사셔도 될 것 같은데, 엄마는 그 상태로도 그냥 사용하고 계셨다.
오래 쓰다 보면 조금 불편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꼭 버리고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다. 특히 오랜 시간 손에 익은 물건이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조금 손을 보기로 했다.


마침 가지고 있던 끌레망스 소가죽이 있었다. 튼튼하면서도 적당히 유연한 가죽이라 지팡이를 고정하는 밴드로 사용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지팡이와 어울리는 색상을 고르고, 필요한 만큼 가죽을 잘라 단단하게 보강하여 튼튼하고 새로운 밴드를 만들었다.
작은 작업이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일도 아니고,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된 물건의 불편한 부분 하나를 다시 쓸 수 있도록 손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가장 길고 컸다. 어느새 많이 연로해진 어머니. 예전처럼 가볍게 외출하실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가까운 곳을 다녀오는 일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힘이 필요하시게 되었고, 그 과정이 점점 더 힘들어져가고 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조금 더 걸으셨으면 좋겠다. 집 앞에 잠깐 나가 바람도 쐬시고, 계절이 달라지는 풍경도 보시고, 가끔은 가고 싶은 곳까지 천천히 다녀오실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지팡이의 작은 밴드 하나를 바꾼다고 어머니의 걸음이 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팡이를 접고 펼칠 때의 불편함 하나는 덜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오래전 내가 사드린 지팡이를, 이제는 내가 만든 작은 가죽 밴드가 붙잡아 준다.
생각해 보면 참 소박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소박한 일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새것을 사드리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계신 것을 조금 더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고쳐드리는 일. 물건의 쓰임을 연장하는 일이 누군가의 일상을 조금 더 이어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다.
KEEP IT, USE IT.
이번에는 물건을 오래 쓰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 물건을 짚고 걷는 어머니의 시간이 조금 더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오늘도 그 지팡이를 짚고 엄마가 어딘가를 다녀오셨으면 좋겠다.
조금 천천히 걸으셔도 좋으니.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