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Notes

조금 떨어져 있을 때 더 선명해지는 것들

가까이 있을 때보다 조금 떨어져 있을 때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종의 《가라앉음, 앉음》이 제게는 그런 전시였죠.

전시장을 벗어나 다른 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도 마음은 여전히 그 공간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분명 아주 조용한 전시였는데, 이상하게도 제 안에서는 매번 작지 않은 파문이 일었습니다. 작품 앞에서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그곳을 떠나면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라앉음’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앉음’이 들어 있습니다. 두 단어 사이에 놓인 작은 쉼표 하나. 오종은 그 쉼표처럼 아주 미세한 간격과 어긋남으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습니다.

벽과 바닥이 만나는 자리, 문틀과 모서리, 천장의 경계.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선들 곁에 가느다란 실과 금속, 연필선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했습니다. 새롭게 더해진 선을 바라보다가 오히려 그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선들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무언가를 크게 바꾸거나 더하지 않아도, 아주 조금 떨어뜨려 놓는 것만으로 익숙한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니. 그 작은 깨달음이 참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나는 일보다, 늘 곁에 있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에 더 깊이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로 만들어진 선을 바라보다가, 다른 방에서 빛으로 만들어진 선을 마주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어딘가 닮아 있는 선들. 조금 떨어져 있기에 오히려 서로의 존재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많은 것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너무 가까이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늘 그 자리에 있어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 때로는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 모습을 온전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종은 그것을 아주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전시장에는 커다란 움직임도, 요란한 목소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요함 속에서 제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주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떠난 뒤에도 자꾸만 그 공간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가 아마 거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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