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컨플릭트 스토어에서 힐링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오늘의 나를 위한 한 잔의 커피는 ‘솔티드 라떼’.
잔 위에는 예쁜 하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마음처럼 보이는 그 하트를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은 저 자신에게 보내는 하트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커피를 마시면서 지난 몇 주간 미뤄왔던 작은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저는 원래 아침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정오쯤 첫 식사를 하고, 저녁 일곱 시 무렵이면 하루의 식사를 마치는 생활을 오랫동안 이어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간헐적 단식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특별히 애써 지켜야 할 규칙이라기보다 그저 몸에 익은 생활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는 것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더 이상 무언가를 먹지 않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요. 밤이 되면 무언가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이. 돌이켜보니 최근에 봤던 시험을 준비하던 때부터였습니다. 늦은 밤까지 책상 앞에 앉아 낯선 용어를 외우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슬그머니 냉장고 문을 열었죠.
배가 고팠던 날도 있었겠지만, 꼭 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 오늘도 이만큼 해냈으니 작은 보상을 받아도 되겠다는 마음. 어쩌면 그런 것들이 한데 섞여 있었겠지요. 그렇게 시작된 야식은 생각보다 쉽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시험이 끝난 뒤였습니다. 시험 공부는 끝났는데, 밤에 무언가를 먹는 습관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이제는 늦게까지 공부하지 않는 날에도 저녁을 먹고 한참 지나면 냉장고 앞을 서성입니다. 특별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꺼내 먹고, 그러고 나면 조금 후회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지켜왔던 습관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다시 돌아가는 일은 어쩐지 쉽지 않습니다. 몸의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끝끝내 결심이 서지 않는…
그러다 내 앞에 놓여진 커피잔에 그려진 하트를 바라보는 순간,
그리고 몇 초 뒤에 내 앞에 마주 앉아 있던 그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제는 다시 나를 조금 더 잘 돌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다이어트를 시작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식단을 짜거나 공복 시간을 무리하게 늘릴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예전처럼 정오에 첫 식사를 하고, 저녁 일곱 시쯤이면 하루의 식사를 마치는 생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되찾고 싶은 것은 단식 시간만은 아닙니다.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식사를 끝내고, 그 이후의 시간을 먹는 일 말고 다른 것으로 채우던 생활입니다.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리다가 잠자리에 드는 그런 평범한 저녁 말이지요.
물론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을 겁니다. 늦은 밤 배가 고플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가 평소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 날까지 억지로 참거나 실패했다고 여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잘 지킨 날뿐 아니라 그렇지 못한 날의 이야기도 남겨보려고 합니다. 언제 야식이 생각나는지, 어떤 날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저녁을 보낼 수 있는지, 식사 시간이 달라지면 하루의 기분과 컨디션에도 변화가 생기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이 기록은 간헐적 단식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익숙했던 나의 생활로 돌아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곳, Life Notes에 조금씩 남겨두려 합니다. 생각해보면 나를 돌본다는 것은 꼭 무언가를 더 해주는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진 습관을 돌아보고, 이제는 그만해도 좋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일도 나를 아끼는 방법이겠지요.
청담동의 어느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
평소 같았으면 사진 한 장으로만 남았을 순간이 오늘은 작은 결심으로 남았습니다.
커피잔에 그려진 하트가 여전히 마음에 듭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마음도 좋지만, 가끔은 나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을 건네야겠습니다.
무언가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보다, 나를 조금 더 아끼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씩, 다시 나의 리듬으로.
여러분도 다시 되찾고 싶은 오래된 습관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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