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Notes

블랙 위에 얹은 한 장의 색

미술관에 근무하는 날에는 대체로 블랙을 입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이 중심이어야 하니 옷차림도 가능한 한 단정하고 차분하게. 그런 의미에서 블랙만큼 편하고 무난한 선택도 없지요. 그런데 가끔은 조금 아쉽습니다. 블랙 특유의 단정함은 좋지만, 어쩐지 오늘의 옷차림에는 무언가 한 가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럴 때 손이 가는 것이 바로 까레입니다.

오늘은 블랙을 바탕으로 핑크와 그린, 화이트가 어우러진 <La Serpentine de Pierre Charpin> 까레를 골랐습니다. 제 까레 친구들은 제가 이 까레를 얼마나 오랫동안 찾아다녔는지 압니다. 경험에 미루어 볼 때, 이 까레는 블랙 의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목선 주변의 핑크와 선명한 그린이 생각보다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La Serpentine de Pierre Charpin (2018)

매듭은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가볍게 묶었습니다. 스카프의 양쪽 끝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두었더니 블랙 의상에도 적당한 움직임이 생깁니다. 사실 스타일링 자체는 별것 없습니다. 평소 입던 블랙에 스카프 한 장을 더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 한 장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습니다. 단조로웠던 옷차림에 색다른 킥이 생기고,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기분도 조금 달라집니다. 그리고 묘하게 자신감도 하나 더 생깁니다. 미술관에서 보내는 하루. 작품보다 눈에 띄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만의 색깔까지 감출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늘도 블랙에 까레 한 장.

이 정도면 충분히 마음에 드는 출근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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